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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부르고

사랑은 내 이름을 부른다. 입술을 귀에 바짝 붙이고 당신만 들으라는 듯이 속삭인다. 사랑해.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가 꺼낸 말에 내가 웃는다.이번엔 내 귀를 그이한테 가져다 대고 부러 과장한다. 지금이야, 지금!둘은 닮아간다. 나도 사, 랑, 해. 속삭이면 한참을 뒹굴거리며 웃음을 나눈다.지천에 사랑이 깔려 있다면서 세상이 나를 부른다.당신이 부르는 내 이름이 꽤 사랑스럽게 들렸다. 보들보들. 말랑 포근.세상이 더없이 커지더니 이젠 똘똘 뭉친 작은 세계가 되었다.둘만 아는 이야기, 둘만 아는 문장과 둘만 아는 습관 같은 것들을 사랑한다.  그이의 편애는 현재 진행 중, 이상 무!아우, 보고 싶다 !

Last Night on Earth_0120

https://youtu.be/xg_Y7Or_hWM?si=ZQXR09Dmqog0UgLM나는 다시 당신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들을 차곡차곡 담아두고 있어. 더 많은 편지와 소중하고 잘 다듬어진 문장을 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쪼금 아쉬워. 정신없다는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았단 말야. 그래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테니까, 기대 없이 발견한 네 잎클로버처럼 평범한 하루 중 깜짝 선물을 할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매 순간 당신의 표정을 읽고 알아채 당장 두 팔을 벌리든가 미리 담배를 켜둔다든가.... 그런 것들을 더 하고 싶었나 봐. 씻고 나와 머리를 탈탈 털어내는 당신을 보면 나는 새삼스럽게 사랑에 빠져. 아직 열감이 안 가셨을 때 끌어안으면 바디워시가 코에 맴돌거든. 그..

올해의 끝에서

12월 말이다. 왜지? 언제 그렇게 됐지?오피스텔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한 해가 다 끝나간댄다. 아쉬워, 아무래도 아쉬워.... 그중에 가장 아쉬운 건 당신이다. 재택이 안 되는 풀출근 직장이면 은퇴할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매 순간 당신을 놓친 채로? 매번 아쉬워만 하면서? 말도 안 돼. 정말로오.그럼에도 당신 덕분에 또 행복한 일 년을 보냈다. 많이도 웃고, 품에 꼭 안겨서 좋아하고. 새벽부터 새벽까지 나는 죄다 당신이었고, 당신은 나였지.올해도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내년도 마저 사랑스러우십쇼. 자안뜩 사랑해 드릴게요. 내년엔 얼마나 나를 웃게 해 주실까, 하고 기대가 된다. 기대에 밑줄 쫙. ㅋㅋ. 농담.매일 데리러 와 줘서 감사해. 당신 보니까 숨이 트이더라.

어쩌다

보니 갑작스러운 취뽀를 하게 되었는데... 멀리 해 버렸다. 그이랑 다녀온 여행들도 기록 못 하고, 코딩도 못 하고, 일단 출퇴근만 하고 있다. 하루에 약 다섯 시간 정도 쏟는다. 아니, 근데.... 근데 말이다. 보고 싶다. 모든 시간이 벌써 그립고 아쉽다. 모자라다. 내 일상이 당신이었는데 퇴근하고 겨우 잠깐 본다. 이러니까 출근 첫 주에 줄줄 울었지. 애틋하다.음.... 보고 싶다. 얼른 이직이든신입이든다시올라와야겠다. 얼른 같이 살아야겠다, 안 되겠다.

씩씩해지는 길

https://youtu.be/U_uFnPQFhh4?si=k-1dgzQqu7SqXldC씩씩해지는 건 참 어렵다. 사실 씩씩하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을 정도로 씩씩했다. 그니까... 했다, 했었다. 과거형이다. 한 달은, 적어도 이 주는 다녀놓고 이럴 줄 알았지. 근데 오는 길에 봤던 당신 사진이 너무 예뻤단 말이야. 당신이 생각해도 어쩔 수 없었겠다, 싶지? 그러니까 말이다. 고작 이틀 출근해 놓고 그이가 아쉬워 울었다. 킁.나를 야금야금 웃게 만드는 당신이 눈이 부셔 자꾸 눈물이 났다. 울면 안 보낼 거라는 말에 괜히 안심이 되고, 긴장이 풀리고. 듣기 짱 좋았음. 당신도 나 보내기 싫구나? 아이 참, 나를 너어무 좋아한다니까! 이 사랑스러운 사람. 하루이틀 이러고 마는 게 아니라.... 우리 하루가 거..

처음을 함께 한다는 것

무수한 처음을 당신과 함께 했지. 누군가를 이렇게 원한 적도, 완전한 의지와 안정을 얻어본 적도, 둘이 떠난 여행들도. 이제는 그이가 첫 출근을 지켜봐 준다.새벽에 나 때문에 같이 깨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까지 해 주는 따뜻한 사람. 이 짧은 문장만으로도 사랑스럽다는 게 보인다. 기차를 탄 느낌은 이랬고, 풍경은 저랬다는 말을 늘어놓고 싶지만 내 연락에 깨우긴 싫어. 이따 퇴근해서 얘기할래. 참... 진짜 출근을 하게 됐네.아, 벌써 보고 싶다.

언제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사람

하와이를 일주일 간 다녀온 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가 있을 때랑 없을 때랑 확실히 차이가 난다던 사람. 내내 바빴지만, 시간이 안 갔다고 하시더라. 차암나.... 그런 말에 좋아할 줄 알았던 거지? 응? 맞아. 좋아! 취업 준비를 하며 타 지역에 배정받으면 어쩌냐는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거기서 살지 뭐, 라며 무심하게 말해 주는 사람. 당신만 있으면야. 당신이 있는 곳이 곧 집이 될 테니. 차아아암나.... 당신의 미래에 내가 있는 게 아주 당연하구나? 그치? 또 말해 주라. 듣기 좋다. 온몸에 사랑이 피어오르는 것 같아.

끊임없이 사랑을 좇는 자들

먼 고대서부터 사람들은 사랑을 이야기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탐구하고 후대에게 전달해 왔다. 사랑, 사랑, 사랑. 혀끝에서 맺히는 음절마저 다정하다. 원하고, 원망하고, 바라다가 피하고만 싶고, 둘이 하나가 되기도, 하나보다 못한 둘이 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사랑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헌신인 줄 알았다. 어머니의 깊고도 깊은 인내심과 헌신.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아서 그랬던 건지 나는 줄곧 사랑이 어려웠다. 보이는 줄 알고 손을 뻗었더니 흩어지는 신기루 같은 거였다. 손에 들고 무게를 재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게 그렇게 무거웠다. 가까이서 알아볼 노력도 하지 않고 사랑은 그저 그런 뭐, 남들이 죽고 못살아하던 것. 그게 다였다. 삼만오천칠백십만 개의 감정을 느끼고 ..

후숙이 잘 된 사랑

그이가 추석 선물로 받아 온 멜론 박스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어이구, 무거워라. 두 손으로 번쩍 들기는 쉽지 않았고 밀고 끌며 안으로 들여뒀다. 조각난 멜론을 먹기만 해 봤지 아는 게 통 없어 보관 방법을 검색했다. 현관에 놓인 택배 박스는 말이 없으니까 말이다. 실온에서 후숙을 했다가 먹어야 달댄다. 아하, 얘는 냉장고에 당장 넣으면 안 되는구나. 사랑은 어쩌면 멜론인 걸까?무겁고도 튼튼한 택배 박스 안에 실린 사랑. 열어서 반을 가르기 전까지, 아니, 먹기 좋게 잘라 입에 쏙 넣기 전까지 맛을 모르는 사랑. 익을수록 단물이 나는 사랑. 입에서 살살 녹는 게 아쉬운 사랑. 깎는 건 내가 할 테니 저 무거운 걸 들어다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당연하게 알겠다고 해주는 사랑. 칼을 쓰는 동안 다치지 않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