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빠, 나, 오빠의 친구분들과 커플 여행으로 포천을 다녀왔다.
예전부터 포천에 있는 계곡을 다녀오자고 말이 나왔었다. 5월쯤이었나 그때 예정된 여름휴가였다. 그래도 한 번 가봤다고 긴장도 많이 풀렸고 재밌었던 기억만 남았던 지난 여행.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재밌게 다녀올까 기대됐다. 포천 가는 전날 속에 탈이 나 가는 내내 오빠가 걱정을 많이 했다. 왜 갑자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몰라서 출발하기 전에 약국도 다녀왔다. 옮긴 사무실에는 편의시설이 많아 참 편하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오빠 친구 분 한 팀과 합류해서 출발~~ 펜션 가기 전에 이마트부터 필요한 걸 사 가기로 했다. 출발해서 가는 길에도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 해서 하늘이 쬐금 미웠다. 왜 운전하는 사람 피곤하게 만들어.
이번엔 펜션에서 묵기로 했다. 가는 길에 비도 많이 오고, 올라가는 길도 험했고 펜션의 주차장이 되게 좁았다. 커브 도는 길이 좁아 애를 먹었다. 와중에 운전 잘하는 그는 멋있기만 했음. 얼마나 피곤할까 생각만 났다. 그래도 도착하니 펜션이 참 크고 깔끔하고 딱이었다.
방은 총 세 개, 침대가 있는 곳은 한 군데였다. 하나는 화장실이 있고 침대가 없고, 하나는 화장실과 침대 둘 다 없고, 나머지 하나는 침대가 있고 바로 앞이 화장실인 방이었다. 우리는 운이 참 좋다. 오빠는 럭키가이가 분명하다. 저번에도 우리가 가고 싶던 방을 골랐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우리가 침대가 있는 방을 썼다. 침 대 좋 아.
그쯤 살짝 서운한 게 있었다. 맨날 나만 그에게 들러붙었으니까. 나랑 닿는 걸 딱히 바라진 않나 싶어 혼자 조금 속상했었다.
오빠랑 친구분들이 열심히 구워주신 소세지에 고기를 먹었다. 소시지 예상외로 진짜 맛있었고, 다들 배고프셨어서 정신없이 먹었다.
케이크에 촛불도 끄고, 과일도 먹고, 이제 보드 게임 할 시간! 개 모양 게임이었다. 개 밥그릇에 있는 뼈다귀를 덜어내고, 물리면 지는 게임이었다. 악어 게임의 더 익사이팅한 버전. 개가 생각보다 무섭게 달려들어 진짜 깜짝 놀랐었다. 장난감한테 놀라니까 자괴감이 막.
다음부턴 순서가 될 때마다 오빠가 귀 막아주면서 안아줬었다. 그래서....... 혼자 꽁했다가 혼자 다 풀려버렸다. 하하.
혼자 설레는 거 다 하신다. 나도 참 웃기다.
마피아 게임도 했다. 실제로 마피아 게임 처음 해봤다. 오빠가 사회를 봤는데 노래 선곡하는 것도 귀여웠다.
진행하면서 돌아다녔는데 그것까지도 귀여웠다. 아, 진짜 귀여워. 아! 귀여워! 왜 사회도 잘 봐?
오빠가 의사 시켜줬다. 권력은 나의 것. 첫 판은 살짝 말아먹고 두 번째 판에서 잘했다. 어케.... 잘 몰랐는데 하다 보니까 들어맞았다.
원래 코딩하는 사람은 마피아 잘 못 한다고 얘기해줬다. 그 소리에 또 달래졌다. 웃긴다 진짜. 저 사람 말 한 마디면 다 된다.
중간에 어떻게 보면 사실 무례한 건데 너무 궁금해서 참지 못 하고 오빠 친구분께 여쭤봤다. 나를 만나고 그이가 좀 편해 보이냐고. 좋아 보이냐고. 오빠를 만나면서 적어도 나랑 있을 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했으면 싶었다. 그 덕분에 나 또한 그러니까. 안정을 찾길 바랐다. 좋아 보인다고,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뿐이다. 날이 밝고 오빠한테도 얘기했다. 어찌 보면 몰래 물어본 거니까 당연히 오빠한테도 이야기해야 되는 거다.
다들 잘 준비를 하고 우리도 씻기로 했다. 종일 피곤했을 걸 알아서 방에 들어오자마자 누운 그의 다리를 주물러줬다. 조금밖에 안 했는데 그대로 잠드셨다. 씻고 나왔는데도 그가 못 일어났었다. 몇 번 깨웠는데도 못 일어나서 어쩌지 하다가 이불 조금 덮고 나도 잠들었었다. 추워서 깨고, 세 시쯤인가 그제야 깼다. 이제 다시 zzz
다음날엔 일어나서 국밥을 먹고 주변에 있던 카페에 갔다. 카페에 떡 케이크가 있었다! 가기 전만 해도 디저트 먹을 거라며 큰소리 쳤었다.
진짜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지. 분명 오래간만에 디저트를 먹으려고 했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다가 커피 두 잔만 시킨 거 보고 웃으셨다.
별수 있나. 나도 같이 웃었다. 음, 웃긴 걸 어떡해. 웃어야지.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비가 참 많이 왔다. 소리가 우렁차게 쏟아지는데 무서울 정도였다. 가는 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기다릴 일이 있었다. 차에서 가만히 듣는 빗소리는 운치가 있지. 꼭 우리만 빼고 시간이 멈춘 듯했다. 원래도 비 오는 걸 좋아했어서 그 시간이 소중했다. 쳐다만 봐도 좋은 사람. 내 소중한 사람. 사랑만을 주고 싶은 사람.
이번 여행도 오빠 덕분에 너어어어무 재미있게 다녀왔다. 내년에도 또 가려나. 언제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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