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있던 기사 시험을 보고 나와 인덕이를 보러 갔다.
인덕이가 무어냐 하시면요.
아래 유튜브를 참고해 주십쇼.
일명 메카덕이라고 불리는.... 오립니다. 네, 오리요.
https://youtu.be/ZE4Vhixazpk?si=gJlaVcZxsh1jSu7R
전부터 궁금해서 보러 가자고 몇 번 얘기했었다.
또 때마침, 수험장이 인덕이 집이랑 가깝지 않던가.
생각보다 호수 물은 많이 탁했다. 음, 좀 많이.
곧 겨울이라고 털이 빵빵하게 부푼 인덕이와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인덕아, 건강해야 한다~!
인덕이를 보고 어디를 갈까 했다.
카페에 갔다가 공항 쪽으로 갈까 싶었다.
그전에! 다이소를 가기로 했다. 렌터카에 블랙박스가 없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사무실에 있던 핸드폰 하나 챙기고, 다이소에선 차량용 핸드폰 거치대를 사 가기로 했다.
핸드폰이라도 달아놔야지. 카메라 없이 어떻게 차를 몰고 다닙니까.
하지만 인덕이네 집 근처에 다이소가 없었다. 정확히는 주차하고 갈 다이소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공항 쪽으로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공항 근처에 있는 롯데몰에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다이소도 가야지.
김포 공항은 몇 번 갔어도 롯데몰은 처음 가봤다. 갈 일이 없었다.
롯데몰에선 흡연 구역 찾기가 정말, 정말, 정말 어려웠다. 인터넷 검색해서 겨우 찾았다.
한참을 돌고, 야외까지 나가서 구석에 위치해 있더라.
드디어 가려고 했던 다이소에서 핸드폰 거치대를 구매! 했으니까 일단 카페, 카페.... 카페를 가자.
현대인한테 커피 없이 보내는 하루는 영 빡세다.
케이크가 있으면 먹으려고 했는데 먹고 싶은 게 없었다. 씁.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잠깐 쉬다가 그의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해 공항으로 이동~
그가 못 자고 나온 게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얼마나 피곤할까.
운전까지 하느라 더 피곤했을 텐데 내색도 없었다.
우리는 저녁 비행기를 예매해서 시간이 많이 남게 됐다. 시간 남은 김에 밥도 먹었다.
그이는 설렁탕, 나는 순두부. 밥 먹고 야무지게 감기약과 시럽까지 쭉 짜 먹었다.
제주도 가기 전엔 기침이라도 떼고 가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주사도 맞고, 링거도 맞았는데 영 들지를 않았다.
밥 먹고 커피 사서 기다리다가, 밖에서 바람도 쐤다가, 앉아서 기다렸다.
아시안 게임을 하길래 같이 봤다.
클라이밍을 중계해 주길래 봤는데 다들 저걸 어떻게 올라가나 싶었다.
저걸 올라갈 수 있으니까 국가 대표로 나온 것이겠지만. 보는 내내 우와... 이게 되네? 의 연속.
기다리면서 그이가 눈을 붙였었는데 어떻게 자도 불편한 게 보여서 괜히 일찍 만났나 미안했다.
기침이 계속 나 혼자 눈치가 보여서 캔디라도 사려고 멀~리 떨어진 올리브영에 갔었는데 없었다.
김포 공항 올리브영엔 식품이 안 들어온다고 했다. 아, 나는 왜 몰랐을까.
그에게 입고 있던 가디건을 말아주니 그제야 조금 길게 눈을 붙였다.
진작 줄 걸 싶었어서 또 미안했다. 고맙고 미안한 게 참 많다. 사랑해서 그런가 보다.
드디어 탑승 시간을 한 시간 반쯤 남겨두고 수화물을 부칠 수 있었다.
바이오 패스는 공항에서 기다릴 때면 하고 싶긴 한데, 하기는 싫다.
일 년에 한 번 오면 많이 오는 건데.... 아, 굳이. 잠깐 기다리고 말지 뭐.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몇 번이고 물었다.
자기야, 우리 제주도 가? 우리 비행기 타? 흐흐.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물을 때마다 대답해 준 그가 고마울 따름이지.
남들은 다 앉아서 핸드폰을 하는데 우리만 서서 기다렸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당신이랑 노닥거리는 게 재밌었던 거지. 별것도 아닌 말에 웃음이 터졌다.
비행기가 다니는 풍경도 보고 둘만 웃을 수 있는 장난도 치고.
아, 야구도 잠깐 봤다. 선수분들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일단 태극기 붙어 있으면 응원하는 거지.
거의 모든 항공사에서 지연 방송이 울렸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다. 원래 지연을 거듭하는 게 평범한 건가 싶다.
어쨌거나 드디어 탑승! 비행기를 여러 번 타봤지만 이착륙할 때는 무섭다.
비행기 처음 탄 애처럼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륙할 때도 사실 계속 지연이 반복됐다.
긴장이 되다가도 풀리고, 풀리다가도 되고. 손이 말랐다가 젖었다가.
마지막으로 진짜 이륙할 때는 그의 손을 꽉....
덕분에 무섭지 않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가는 중 창밖을 구경하는데 엄청난 걸 봤다.
뭘 봤냐고요? 그게 뭐냐면 말입니다!!! 그게!!
10월 7일엔 서울에서 불꽃놀이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봤다.
하늘에서 폭죽이 펑, 펑, 피유웅.
기장님이 이거 보여주려고 시간 끈 거 아니겠냐는 말에 웃고 말았다.
아, 진짜 귀여워. 아, 진짜 다정해.
내가 이렇게 제주도를 좋아했을 줄이야. 갈 때마다 사실 별생각 없었다.
이렇게, 이렇게.... 기대가 될 줄이야.
제주 공항에 도착해 여기저기 쓰여있는 걸 보니 이제야 온 것 같았다.
아, 공항에서 그가 계속 짐을 옮겨줬는데 너무너무 정말.... 고마웠다.
짐 찾을 때도 오빠가 해주셨음. 무한한 감사를 한 번 더.
내려서 편의점부터 갔다. 호올스 라임맛이랑 기본 파란색을 사서 다녔다.
기침 날 때 하나씩 물고 있으면 그나마 나았다. 라임맛이 생각보다 괜찮았음.
내리고 렌터카 픽업하러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밖으로 나가니 비바람이 불었다. 쪼금.
짐 가지고 이동하는 길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첫날 타게 된 차는 K5 까망이.
야야, 반갑다! 제주에서도 보는구나! 숙소로 출발할 때엔 비가 더 많이 내렸다.
안 그래도 제주는 모르는 길이고, 밤이라 어둡고, 공항 근처 길이 어려웠는데.
처음에 숙소를 도보로 예약해 버려 주차할 곳이 없었다.
급하게 근처 공영 주차장을 알아봤고 숙소에서 우산을 빌려주셔서 그거 쓰고 짐 끌고 걸어왔다.
아이구야, 하루가 길었다. 나는 괜찮은데 그는 배고팠을 거다. 배달앱 켜!
오랜만에 숯불치킨을 시켰다. 고추장 반 간장 반! 음 맛있었음.
콜라 1.25 짜리 시키자고 한 그의 안목에 박수.
사장님이 센스 있게 얼음 컵도 넣어주셨고. 둘 다 목이 많이 말랐는지 그걸 거의 다 마셨다.
아시안 게임 보면서 먹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며 클라이밍을 볼 때는 연결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보는 내내 끊겨서 답답했는데 여기는 잘 나왔다.
이 소소한 순간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냥, 그냥 정말 안정적이고 편안해서.
여자 단식 배드민턴도 봤는데 보는 내내 정말 대단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무릎이 상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아유, 나는 못 하겠다. 우린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
그에게 안겨서 자는 건 언제라도 가장 행복하게 잠들 수 있는 방법.
무서운 꿈이 발치에도 머무를 수 없었다.
기침 때문에 잠들기까지 불편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잘 잤다.
내가 그랬지, 이거 하루마다 한 편씩은 나올 거라고.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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