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적이

2022/07/24 (1)

2Sail 2022. 7. 31. 02:53

25일에 비공개 발행되었던 회고록에 가까운 일기입니다.

 

비공개를 공개로 돌리는 순서의 기준?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내 맘임.

정말 오랜만에 해 떠 있을 때 귀가하였기 때문에 뒤적여보는 중이다.

 

오늘의 배경 음악.

https://youtu.be/_4FhdhIAYyg

티스토리를 선택한 이유.

네이버 블로그를 쓰자니 친구가 이웃이었고, 

로컬 메모장에 남기기엔 당신을 자랑하고 싶었으며,

티스토리에 공개 발행으로 올리되 본인에게 알리지 않겠다니까

카카오에 입사한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이 티스토리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만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필자는 학생이며, 학생 신분의 애인이 있다.

고로, 사랑에 잠겨 감수성이 넘쳐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예쁜 걸 보면 계속 보고 싶고, 사진이라도 찍어 기록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비슷한 맥락이다. 나도 당신을 기록해야겠다.

p.s. 공감이 되신다면 공감을 하시고, 눈꼴이 시려우시다면 숨 참고 읽어 보시라. 

 

당신을 기록하고 싶어서 스페이스와 백스페이스를 계속해서 눌러본다.

말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손이 바삐 움직여야 한다.

 

그 앞에서 나는 이른바... 뚝딱거린다. 뚝딱거린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장난은 커녕 숨을 참아버리고 생각이 멎는데요. 이거 원.

퍽 능글맞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당신 앞에선 그게 안 된다.

타이밍을 놓치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입이 둔해지고, 생각이 멎는다.

이게 아니다 싶은데 안 된다.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거다. 정말이다.

야, 나는 진짜 몰랐지....... 부끄러움이 많은 것도, 감정 기복이 심한 것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들을 자꾸만 당신이 내게 알려준다.

나는 또 속절없이 녹아내려 얼굴을 들 수가 없고, 얄밉지만 미운 적은 없다.

 

누구보다 모순적인 동물이라 이 시간이 아주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영원이란 단어는 불신하지만, 지구가 언제 멸망할지도 모르지만,

아주 오랫동안 이런 시간들 사이에 당신과 편입되길 바란다.

 

아버님이 선한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

입이 간지러워서 참기가 힘들었다는데 어처구니가 없게 귀여웠다.

은근슬쩍 내 자랑하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라곤 못 하겠네요.

꼬우면 여러분도 착하게 사십쇼. 선하게 살면 복이 오네요.

말하고 나니까 우리 복덩이 또 보고,,, 예? 옙. 더 읽다 가세요.

우리 애가 정말 진짜 예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싶다가도 알길 바라는 이 알량한 마음.

저도절이해못해요.

 

어제,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늘 새벽에 꽤나 많은 것들을 얘기해 버렸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

 

당신과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들어 좋다는 말.

내가 이 말을 전하자마자 당신이 곧바로 같은 말을 얘기해 줬다.

참 다행이지, 우리가 느끼는 게 같은 마음이라서. 

서로 마주 보는 얼굴도 좋지만, 같은 시선을 공유하는 게 또 좋아서.

 

(사족을 달지 않는 게 감성 있는 글이겠지만....

투머치 토커인 나는 자꾸만 이야기를 덧붙이려 한다. 

술집 구석자리에서 나란히 앉아 나누는 이야기들이 꽤 많다.

제법 주변이 시끄러웠는데 이상하게도 당신의 말은 내 귀에 잘 들렸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고요했다.

필자가 하는 말이 이해가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다.

이해가 가신다면 쭉 행복하시길 바란다.

안 가신다면 그 나름대로 행복하시길 바란다.)

 

당신을 안고 있을 때면 따뜻해진다는 말.

(그분은 기초 체온이 높아 정말 따뜻하기도 하다.

하지만 몸보단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더 컸기에, 생각보다 내뱉는 입이 더 빨랐다.

내 탓인데 내 탓 아님. 아, 암튼 아님.

타인과 껴안고 있는다고 마음이 고요해진다는 것을 나는 알았나.)

 

그리고 가끔 생각하던 두려움까지도 얘기를 해 버렸다. 

당신과 늘 함께 있던 공간에서 당신 없이 보낼 시간이 무섭다.

가 요지였는데 그는 또 생각이 있었다.

그 시간엔 나랑 어디서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난 당신이랑 바둑 같은 건 시도를 안 할 거다. 몇 수 앞을 보고 사는 걸까.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는 말이 나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뚫린 자리엔 당신이 들어왔지, 아야.

 

당신을 만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진 않았는데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미디어에서 말하듯 보름달에 사람 얼굴이 겹쳐 보이진 않았지만,

흐르는 구름을 보고도 당신이 생각났다.

바람에 스쳐 머리가 눈앞을 가릴 때도 당신이 생각났다.

여러 번 불이 붙지 않는 담배를 물 때도 당신이 생각났다.

진짜 어이없어, 이래도 돼?

이곳저곳에 당신이 스며들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여전히 없다. 

(본인은 절대 귀여운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귀여우시다.

"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데?"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빗속에서 굳이 불편하게 우산을 쓰고 한참을 안고 있었다.

나란히 어깨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던 순간들.

비 오는 날을 싫어하던 당신이었는데 그 새벽엔 좋아하셨다.

나를 만나 다행이라는 말과 한숨을 내쉬고 좋아서 어떡하냐고 하더라.

방법이 있나, 나를 더 좋아하셔야지.

온몸에 나를 끼얹으세요. 밑줄 쫙, 별표 세 개.

당신 손을 타고 올라 머리 꼭대기에 도착하고 싶다. (feat. 릴러말즈가 부릅니다, 야망.)  

 

우리가 우리를 더욱 사랑하길 바란다.

'사랑이 아닌 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십 분 후에 깨워 줘  (0) 2022.11.09
당신에게 내 세상을  (0) 2022.11.09
7월 말에 덧붙인 8월 초의 생각들  (1) 2022.08.09
자정이 지났으니까 하는 말인데  (0) 2022.07.27
이름의 출처  (0) 202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