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고대서부터 사람들은 사랑을 이야기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탐구하고 후대에게 전달해 왔다. 사랑, 사랑, 사랑. 혀끝에서 맺히는 음절마저 다정하다. 원하고, 원망하고, 바라다가 피하고만 싶고, 둘이 하나가 되기도, 하나보다 못한 둘이 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사랑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헌신인 줄 알았다. 어머니의 깊고도 깊은 인내심과 헌신.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아서 그랬던 건지 나는 줄곧 사랑이 어려웠다. 보이는 줄 알고 손을 뻗었더니 흩어지는 신기루 같은 거였다. 손에 들고 무게를 재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게 그렇게 무거웠다. 가까이서 알아볼 노력도 하지 않고 사랑은 그저 그런 뭐, 남들이 죽고 못살아하던 것. 그게 다였다. 삼만오천칠백십만 개의 감정을 느끼고 폭풍에 휩쓸리는 건 떫기만 한 줄 알았다.
사랑은 그냥 사랑이었다. 어제도 보고, 어저께도 봤는데 오늘도 보고 싶어 하는 그냥, 사랑.
누가 내 하얗기만 한 도화지를 찢고 무지개를 들고 나타났다. 알고 보니 찢어진 것도 아니고, 세계가 확장된 자국이더라. 자세히 보니 몽글몽글. 테두리마저 솜사탕 같은 색이었다는 게. 한 사람이 세계가 된다는 게, 참. 어찌나 포근하던지. 얼마나 든든하던지. 세상도 꽤나 아름다워 보이고 막 그렇다. 세상 니가 날 울려 봐라, 나는 달래줄 사람한테 가서 결국 웃고 말 테니까! 하기도 한다. 든든하다.
나는 이제 끊임없이 사랑을 좇는 자들 사이에 서있다. 대충 한.... 스무 번째 줄에 서서 외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민망하고 머쓱해도 뭐 어떤가. 사랑 그으거 없이는 못 살겠던데. 해 보니까 좋던데요. 세상 고난과 역경이 놀다 가라고 꼬셔도 내 손 잡아주고 있는 사람, 저 한 사람만 있으면 어떻게든 웃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틈새에 낀 걱정 따위를 웃음으로 치환해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 줄곧 웃고만 살게 됐다. 아, 내일은 더 웃게 해 줘야지. 다짐 꾹. 밑줄 쫙, 별표 여섯 개. 하트도 두 개만 붙여볼까.
네트워크 사이로 스쳐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이 웃으십쇼. 행복엔 전염성이 있더라고요. 돌고 돌다 보면 제게 더 큰 행복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예, 모쪼록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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