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적이

그이의 생일

2Sail 2024. 1. 21. 18:05

https://youtu.be/vbMJf5NIxtU?si=-ueyBk-vcEJ5t77z

그이의 생일이 지났다.

케이크는 저번 주에 예약을 끝냈었고, 생일은 택배로 받아뒀다.

올해 그이 선물은 만년필로 준비했다. 이것도 비하인드가 있다.

 

생일 선물로 필요한 게 있느냐, 받고 싶은 게 있느냐 물었다.

없다고 하셨다. 받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걸 주고 싶었는데. 흠.

우리가 졸업을 하는 해니까 만년필도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만년필 적당한 거랑 컨버스를 할까.... 했음.

 

마음이야 몽블랑 사다 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쫌, 한참 안 됐다.

예전부터 쓰던 파커가 있었기에 브랜드는 파커로 골랐다.

시그니처 화살촉 디자인을 참 좋아했고, 딱 적당했으니까.

브랜드만 알지, 라인업은 하나도 몰라서 호딱 찾아봤다.

아니 근데 이럴 수가 있나. 충격적 소식.

한 십만 원대 제품인데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적혀 있단다.

리뷰 안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뻔했다.

제품을 골라두고 각인이랑 색 때문에 그냥 물어봤다.

짜잔! 서프라이즈 하고 싶었지만.... 쓰는 사람 의견이 가장 중요한 걸 어쩌나.

각인은 없이, 색은 은색으로 했다. 나도 은색이 훨씬 예뻐 보였고.

 

파커 뉴 소네트 2 락카 블랙을 골랐다.

매트 블랙보단 유광이 있는 락카 블랙이 더 예뻤음. 만년필은 유광이다.

한 번 사면 좀처럼 바꿀 일이 없을 테니까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펜을 자주 쓰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전에부터 만년필은 내가 선물하고 싶었다. 의미가 담겨 있잖어.

 

사무실로 받아 놓고 나름 사무실 구석에 숨겨뒀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이 눈에 잘 안 닿는 곳이지 않을까 싶어서 뒀다.

그 런 데 .... !!!!

남은 이야기는 후반에 풀겠다.

 

편지는 이틀 전부터 썼다. 이번엔 편지에 단계를 둬봤다.

호랑님 생일파티에 참석하란 전언을 듣고 가득 모인 귀여운 동물 친구들 컨셉.

복작복작 모여서 다들 준비를 하는 너낌. 초대장도 쬐끄만 편지지에 넣었다.

초대장 -> 와글와글 모여 축하하는 편지 -> 진짜 편지 순으로.

진짜 편지는.... 아쉬움만 가득하다. 하아.

한 장밖에 쓰지 못했으며 집에서 들고 온 편지지 세트에는 남은 편지지가 두 장뿐이었다.

 

새벽까지 꾸미고, 종이를 구기고, 다시 쓰고, 고르느라 늦게 잤다.

일찍 일어나서 더 준비해두려고 했는데 좀... 늦게 일어났다.

그는 모르는 게 없다. 진짜 모르는 게 없다. 자갸, 위쪽 공기는 좋아?

집 앞으로 차를 옮겨댈 거라고 하면서 출발~ 이라고 보내셨다.

그리고 웃었지. 혼자 헉, 하며 놀랄 나를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 바깥양반은 나 놀리는 게 취미다, 취미.

물론 나도 취미다. ㅎㅎ

 

얼른 마저 준비를 하고 다이소부터 갔다.

전날 새벽에 공기펌프도 찾아서 챙겼다. 풍선 살 거니까!!
풍선도 사고 스티커도 더 사고 편지지도 샀다.

스마일 해바라기에 우리가 봤던 영화인 주토피아의 주디, 짱 큰 다이아 반지.

풍선을 더 살까 했는데 사무실 벽에 뭐가 잘 안 붙고, 치우기가 곤란할 듯싶었다.

공기 펌프 준비하고 풍선 포장지를 열었는데 말이다.

펌프 쓰지 말랜다. 조그만 막대기 동봉했으니 그걸로 해달란다.

아니.... 난 몰랐지. 내가 이런 걸 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하하.

 

그 런 데 .... !!!! 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

그이가 점심을 하고, 케이크도 먹고 진짜 출발을 하며 카톡을 보내셨다.

레고 다이어리를 보라고.

뭐지? 하면서 다이어리 책갈피가 된 부분을 펼쳤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나 오늘 예쁜데 울면 안 되는데!!

첫 문장 보고 울었다.

편지 전문을 읽고 싶었는데 자꾸 울컥했다.

그이 오기 전까지 반도 못 읽고 맞이하러 내려갔다.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밖에서 전시 보면서 잠깐 데이트를 하고, 카페에 가 제주도 계획을 짠다.

때 맞춰 저녁을 먹고, 그 근처에서 예약해 둔 케이크를 픽업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짜잔을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편지까지 봤는데 어케 참나요.

 

그이가 오자마자 짜잔했다. 어설프게 꾸며놓은 걸 보고 한참 웃으셨다.

나는.... 꾸미는 거엔 재능이 없나 보다. 너무너문먼무넝무 아쉽다.

말렸지만 사진도 찍어두셨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성장 과정을 보여줄게. 하하.

선물을 열어 보시고 참 좋아하셨다. 선물 받은 건 그인데 내가 더 행복했다.

생일 또한 그이의 생일이었는데 눈물은 내가 흘렸다. 킁.

국립세계박물관도 다녀왔다.

생각보다 전시관이 알차게 구성돼 있었고, 시간이 모자라 다 못 보고 나왔다.

이번엔 케이크로 저녁을 하자고 했다. 좋아 좋아.

가는 길에 기름도 넣고, 친구가 추천해 줬던 카페로 갔다.

이번엔 '올잇브레드'라는 가게에서 체리 초코 케이크를 예약했다.

사장님께 전화로 여쭤봤는데 참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수월하게 결정했다.

픽업할 때 크림 도넛도 서비스로 주셨다.

체리가 가득! 찐한 초코 크림이 가득! 체리를 잘 먹는 나는 아주우 좋았다.

케이크 포장 끈도 아주 야무지게 썼다. ㅋㅋ

 

정말 이상하다.

그이랑은 눈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둘이 놀고 있으면 시간은 우릴 두고 달려가버린다.

영화도 봤다. 타짜랑, 천사와 악마라는 영화였다.

타짜는 부분만 알지 한 번도 끝까지 본 적이 없었다.

보면서 눈이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이 명대사들이 여기서 다 나온 거구나! 당신이 흥얼거리던 게 이거였구나!

이게 하 참 나 여기서, 아, 나 이거 알아!

이거 노래 제목 아니었어?

원본이 이거구나! 하고 시끄럽게 봤다.

 

사랑을 사랑하는 중이다. 아주 오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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