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도

0313, 춘천에서 가평까지 : 아침고요수목원

2Sail 2023. 3. 14. 17:19

이번 포스팅의 말랑한 주제곡.

https://youtu.be/OMzTOTZ6sOQ

날이 밝고 으레 그렇듯이 늦잠을 즐겼다.

자 는 거 좋 아. 같이 늦잠 자는 건 더 좋 아.

둘 다 잠이 많은 편이라 늦잠은 필수다.

보통 내가 먼저 깨도 몇 번 토닥여주면 따라서 또 잠든다.

그 사람 품 안에서 바스락거리고 있으면 말이다.

행복이 잔걸음으로 다가와 피부에 스며들곤 한다.

 

발끝자락에 머물던 따스함은 스멀스멀 타고 올라 목덜미에 안착.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온기에 휩쓸리게 가만히 놔두는 것이 전부다.

팔에 감겨있는 몸을 그가 깨지 않는 선에서 살살 쓰다듬다가 다시 잠드는 것.

행복의 정의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내릴 순 없겠지만,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들을 만끽하는 것.

어렴풋이 느껴지는 애틋함들을 행복이라고 칭하려 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야경이 예쁘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그랬다. 궁금한 건 확인을 해 봐야지. 궁금해!

저녁을 먹고 갈까, 돌고 나서 주변에서 먹을까 했다.

마침! 수목원 안에 식당이 있어서 방문하기로 했다.

 

춘천에서 출발해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했다.

가는 길엔 편의점에서 산 커피랑!

들어가는 길이 차가 없으면 조금 어려울 듯싶었다.

길도 구불거려서 줄곧 서행을 하며 가야 한다.

수목원 주변 일대가 꼭 하나의 마을 같았다. 

마을 하나를 먹여 살리는 커다란 정원 같더라.

 

적당히 점등 시간에 입장!

어디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여기도 예뻐 보였고, 저기도 예뻐 보였고.

사진 찍을 시간에 눈에 한 번 더 담는 걸 선호한다.

그래도 다음엔 두어 장은 더 찍어 올까 싶다.

예쁜 건 다시 봐도 예쁘니까.

 

*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별빛정원전. 내년에도 같이 가고 싶다.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나름의 여유를 즐겼다.

그제야 나는 나의 일부분을 또 찾아냈다.

어, 나 이런 것도 좋아하네. 몰랐다.

꽃은 그저 꽃이고, 적절한 선물로만 생각했지.

식물원은 마냥 지루할 거라고 생각해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걸어다니며 한참을 웃었다.

 

해가 길어지고, 날이 더워져도 생각이 나는 것들.

당신의 초록색 패딩과 오트밀색 후드티, 편하게 내린 앞머리.

옷은 두꺼워도 착 붙어서 팔짱을 끼던 그런 것들.

 

덕분에 참 근사한 생일을 보냈어, 고마워.

앞으로도 가끔 여행을 다니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가 되어 보자.

 

* 나무 아래 빛들이 시시각각 바뀌며 잠깐 서 있는 동안에도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관리도 잘 돼있고 어딜 둘러봐도 예쁘다.

*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좋아 보인다. 길도 잘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