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도

0725~26, 안동에서 을왕리까지

2Sail 2023. 10. 5. 18:12

https://youtu.be/1NFIUym9BV8?si=39gAUGjQ4GkIha_D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이번이 진짜 여름휴가다.
왜 진짜냐, 포천은 뭐였냐 물으시면 말입니다.
둘이 갔으니까요. 우리끼리 다녀온 진짜 여름휴가!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강원도 원주를 갈까, 갑자기 튀어나온 안동을 갈까, 대전을 갈까.

하회마을이 기억도 안 나고, 안동이 어디 있던 건지도 헷갈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동으로 결정.

 

안동이면 찜닭에 고등어는 먹고 와야 한다고 했다.

암, 안동까지 갔는데 먹고 와야지.

같은 말을 해도 그가 하면 그렇게 웃음이 난다.

왜 이렇게 재미있지?

 

찜닭집도 열심히 찾고, 고등어집도 찾아두고,

하회마을도 일단은 넣어 두고, 아경이 예쁘다는 월영교에

어디 카페를 갈지도 정해놨다.

 

가는 길은 역시나 멀고 험난했다.

아유, 멀어, 멀어!

그래도 당신이랑 있어서 지루하지가 않다.

당신 피곤한 것만 생각나서 미안했지.

 

안동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일단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하기로 했다.

'밀레니엄안동찜닭' 도착!

 

찜닭이 나오고 그한테 쁘이를 해 달라고 했다.

핸드폰을 보면서 쁘이 해주는 그와 앞에 김이 나는 찜닭.

쫌 웃기고 귀엽다.

 

둘이서 먹는데 양이 진짜 많았다.

익숙한 맛의 맛있는 찜닭.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비가, 씨.

쏟아지게 내렸으나 우린 우산을 하나만 챙겨 왔고.

차까지 가면서 둘 다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비도 오고, 옷들도 젖은 마당에 일찍 숙소를 가자.

그는 맞는 말만 한다. 침 대 조 아.

도착해서 옷 갈아입고 이불 좀 덮으니 노곤노곤.

피곤했을 테니까 팔다리 주물주물하다 보니 그가 조용했다.

가끔 잠든 그에게 담요나 이불을 덮어줄 때면 마음이 말랑해진다.

 

씻고 마저 자자고 깨웠다.

아주 뽀송뽀송하게 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그가 아쉽다며 잠깐 나갔다 오자고 꼬셨다.

기껏 알아봐 뒀을 텐데 보고는 와야지 하더라.

역시 다정한 사람이 짱이다. 음, 최고다.

 

월영교는 야경이 예쁘다더라. 밤에 출발하길 잘했다.

숙소 근처라 금방 도착해 정자까지 걸어갔다.

사람도 꽤 많았고, 거미줄도.... 많았다.

처음엔 몰랐는데 정자에서 돌아오는 길에 봐버렸다.

등이 더 밝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은 남았다.

 

그래도 당신 손 잡고 걸으면 어디든 예뻐 보여서.

물안개 낀 강도 예뻐 보이고.

 

카페를 들려 갈까 싶어 가려고 했던 카페를 네비에 찍었다.

마감 시간이 간당간당해 걱정은 했지만 일단 출발~

 

가는 길이 상당히 외지고 구불거리고 어두웠다.

외관만 보고 잘못 골랐나 싶을 정도로.

카페에 도착하고 들어갔었는데.... 마감을 하고 계셨다.

방법이 있나, 왔던 길 되돌아가야지.

 

카페를 나서 다시 차로 가는데, 글쎄!

하늘에 별이 쏟아졌다.

정말 까만 하늘 위로 별이 쏟아진 듯했다.

별이 어찌나 많던지. 이걸 보려고 안동에 왔나 싶을 정도로.

와중에 조금 큰, 별 하나에 꽂혀 한참을 걔만 쳐다보고 있었다.

별이 왕창! 왕창!! 왕창!!! 들어간 사진도 찍어주셨다.

위치는 안동 '폴모스트' 주차장.

 

근처 스타벅스는 늦게 닫지 않을까? 희망 하나로 다시 출발했다.

마침 또 숙소 근처에 늦게 닫는 스타벅스가 있어서 방문했다.

나는 녹차, 그는 오래간만에 당분 섭취를 하겠다며 쪼꼬 음료로.

전에 먹었던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를 둘 다 맛있게 먹었어서 봤다.

없다.

리뉴얼됐단다.

아 왜요?

네....

슈크림 바움쿠헨을 시켰다.

생각보다 짱 맛있었던 슈크림 바 그거.

워낙 먹는 게 느려 녹차마저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여유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더라.

새삼스럽게 저어엉말 좋았다.

 

날씨가 훼방을 놓았지만 만족스러웠던 안동에서의 첫날.

 

천천히 일어났는데 하회마을까지 가게 됐다.

우와, 진짜 가네? 첫날만 해도 하회마을은 진짜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근데 이제 문제는 갑자기 너무너무 더워졌던 날씨.

입구에 도착까진 좋다 이거야.

매표소까지 가는 길에도 땡볕이었다.

 

셔틀을 타고 들어가 살짝 걷다가 영 뜨거워서 금방 되돌아왔다.

꽤 짧은 치마를 입었음에도 코에 땀이 송골송골.

그에게 전해 듣고 한참을 웃었다. 음음 더워. 음음 민망해.

 

다시 셔틀을 타고 매표소 근처 탈 박물관에 들어갔다.

오히려 여기가 더 재밌던 것 같기도 하고.

얘는 이렇고 쟤는 저렇고 어쩌고 저쩌고.

 

고등어를 먹으러 갔을 때엔 그가 또 나를 꼬셨다.

나는 가시를 워낙 싫어해 잔가시 하나라도 발라 먹는다.

그런 사람한테 생선을 발라준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다정해서 좋아, 좋아서 더 다정해. 

잔뜩 먹고 집으로 출발~

 

하는 길에 목적지가 바뀌었다. 을왕리로.

오빠 친구분이 을왕리에서 탕후루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가게 됐다. ㅋㅋ ㅋㅋㅋ ㅋㅋㅋㅋ

 

한참을 달려가다가 뭐라도 먹이고 가려고 휴게소에 들렀다.

김밥이랑 라면 하나씩!

잘 먹고 나는 체했다.

아진짜왜그럴까. 소화기관너문제있어?

 

을왕리에 도착할 때즈음 증상이 피크를 찍었다.

우리사이좋았잖아이러지마. 좀만더버텨봐.

십원빵과 아이스크림을 선물로 받아 조금씩 먹었다.

컨디션 괜찮았을 때 가면 다 먹었을 텐데, 싶어 아쉬웠다.

 

그가 운전할 때 절대 절대 옆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

너무 미안했는데, 너무너무 속이 안 좋아서 가는 길엔 차에서 잤다.

 

탈도 많았지만 그와 함께하는 길은 어디라도 좋아서.

언제라도 좋아서. 이번에도 좋았다.

 

자갸, 나랑 안동 같이 가줘서 고마워.

 

7월에 다녀온 여행을 10월에서야 올린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