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2Sail 2021. 3. 31. 02:26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둠이 무서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을 좋아합니다.

 

무명용사의 묘에도 시체는 묻혀 있을 것이다.

깃발과 뼈 사이에 어둠이 곱게 쌓일 것이다. 

깃발은 무엇을 향해 나부끼나. 우리가 일제히 각을 잡고 거수경례를 하는 동안,

 

그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의사 가운을 입고 다닌대.

그러면 누구나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되는 것일까?

당신의 질병은 나의 질병입니까? 탕, 탕, 탕,

 

좀비들을 향해 총을 쏴대는 오후의 오락실.

나는 너를 알고 있다! 나는 너를 알고 있다! 나는 너를 자알 알고 있다!

괴물들은 언제나 그렇게 외치지.

 

하지만 원한이 자기도 모르게 진리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역사란 그런 것의 총합일까요? 미친 새끼, 넌 죽었다 깨나도 사랑을 몰라.

 

오늘 나는 당신에게서 뭔가를 더 느꼈어요.

어제는 없던 그것을, 당신의 심장에서 자라나는 그것을.

그러니까 이제 무엇이든 얘기해봐요. 그 이후는 뼈와 두개골에게 맡기고

 

묘역의 봄꽃은 환하게 피어나네.

무명용사들은 무덤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몰려오네.

탕, 탕, 탕,

당신을 사랑해도 좋습니까?

좋습니까?

 

 

- 이장욱 <생년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