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도

0123, 용인에서 태안까지 : 꽃지 해수욕장

2Sail 2023. 1. 24. 08:15

https://youtu.be/RyiUrsnKUY8?si=iUqqXqcRqJ1Qu9BP


갑자기 분위기 태안!
목적지가 정해지니 주저 않고 바로 출발.
휴게소가 보이면 한 번씩 델리만쥬가 먹고 싶다.
세네 개 먹으면 나중에 먹고 싶어 지지만.... 이상하게 꼭.
결국 갓 구운 고급 카스테라 빵 '만쥬리아'를 품에 안았다.
친히 카드를 꺼내시어 결제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만 쥬 좋 아.

* 춘천을 다녀왔을 땐 시간이 늦어 연 곳이 없었다.
닭갈비 먹을 배가 남아 있었냐고 차 돌릴까 묻던
당신이 생각나 속으로 웃었다.
암만 만쥬가 퐁신해도 당신이랑 먹은 닭갈비가 더 맛있었어.
알잖아, 나 되게 많이 먹었던 거.

 

꽃지 해수욕장 도착!
여기까지 왔는데 안 내려볼 순 없으니 차에서 내렸다.
잠깐이나마 바닷가를 함께 걸었는데 춥더라.
낭만도 낭만인데....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하여튼 이놈의 날씨는 눈치도 없, 지 않나?
붙어있을 구실로 딱이긴 해. 엉.

야야, 그래도 조절 좀 하자.

 

괜히 하나도 안 춥다고, 이 정도면 시원하게 느껴진다며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리니 옆에선 웃기만 했다.
웃던 사람이 하던 걸 고대로 따라한 것뿐인데.
이상하게 치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보다 볼과 귀가 더 시렸다.
무슨 말을 들었냐면.... 동상이랜다.
얼어서 감각이 안 느껴지는 거라고.
이마를 짚기엔 꽤 그럴싸해서 곧장 차로 돌아갔다.

식사를 한 번은 하고 올라가야 할 것 같아 식당을 찾았다.
뭐 하나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움직여 한참 전부터 배고팠을 텐데.
먹을 수 있는 범위도 몇 개 되지 않아 속이 쓰렸다.
순두부, 두부, 잔치국수 같은 것들을 우선으로 봤다.
첫째론.... 뭐가 없었다.
경로와 메뉴, 영업 시간을 비교해 고른 곳으로 출발.

상호는 밝히지 않겠다만 왜 로컬 맛집이라는지 모르겠다.
아, 다시 생각해도 진짜 모르겠다.
순두부찌개에선 신기한, 말 그대로 신기한 맛이 났으며
바지락은 세 개뿐이었음에도 비렸단다.
뚝배기불고기는 아는 맛이었으나 김치부침개에선 조개껍질이 나왔다.

 

얼마나 막힐지 감이 오지 않았으니 바로 출발해야 했다.
밥도 먹었겠다, 차 안은 따뜻하고 길은 막히니 둘 다 졸음이 솔솔.
휴게소에 들러 여행용 칫솔 세트 두 개를 사고, 커피도 샀다.
야무지게 양치 후 아아 픽업.
날이 차가워도 커피엔 얼음이 들어가야지.

오는 길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명절이니 가족 이야기들이 빠질 수 없었고
넓었던 범위는 우리 둘 사이로 좁혀졌다.
맺혀있던 일을 풀 때가 된 듯 하다고 말을 꺼냈다.
차분히 기다려 주며 나의 안정을 먼저 챙겨 준 당신이 참 고마웠다.
당신이 있어서, 그 사람이 안정이 돼 주었기에 힘을 뺄 수 있던 건데.
이미 말은 했다만 정말 지인짜 진심이었다.

여러 이유가 붙어 있겠지만 당신에 관한 것도 있었다.
철이라곤 홀랑 고물상에 팔아버렸다 싶이 빠진 게 죄는아니자나.
이것도 벌써 구시대 드립이 됐다면.......
어쩔 수 없다. 감당하시라.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은 진작 깨달았으나
적어도 내가 소개해 주는 사람들한테선 환대받길 바란다.
어, 뭐, 그, 순탄한 허락도 원하고요.

둘 다 자리를 잡고 서로가 안정이 되면 그때 하고 싶다.
나 또한 그 의견에 동의한다. 당연한 말이다.
한 번도 조급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좋으니까.
단지 당신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게 기뻤을 뿐이지.
서로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 주길 바란다.

이전부터 궁금한 게 있어 물었다.
궁금해 궁금해. 🐾🐾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나와 먼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직감이란다. 그럴 것 같단다.

내가 당신에게 잘 맞춰주는 건지,
우리가 잘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도 하더라.
애초에 기본적인 결과 느낌이 잘 맞다.
서로의 다른 부분 또한 조화롭게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좀 이기적으로 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신을 사랑하니 한 번 더 이해하고 존중하려 한다.
단지 그뿐이다.
대게 당신의 마음을 다시 되짚어 보며 생각하면 이해될 때가 많았다.

당신이 흘리듯 꺼낸 말처럼 지금만 같길 바란다.
서로에게 서로가 안정이길 바란다.
무척 거창한 말이지만 살다 보면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만 해도 안정이 된다는 말에
하마터면 웃다가 울 뻔했다. (그래도 노간지는 안 된다.)
프러포즈를 지금 들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차올랐다.

 

가볍게 지나가는 생각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당연하다 여겨졌고 손가락에 투명히 끼워졌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사람과 하겠구나.
이제는 때가 되면 이 사람과 하고 싶어 졌다.

깍지를 껴 틈 없이 잡은 손도 좋은데
그 손을 살살 쓸어주는 당신이 있다면,
이 사람과 계속 함께 한다면.
어떤 시련에 눈물짓더라도 다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지루하고 권태로운 날들은 없지 않을까.
내일 아침이 한 번 더 기다려지지 않을까.
무서운 꿈을 한 번 덜 꾸게 되지 않을까.

 

집 근처에 내려 잠깐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간만에 사무실을 옮기기 전과 같은 루틴으로.
울지 말고 잘 있으랜다. 자기보다 내 걱정이 더 된다고.
병원 가는 사람은 당신인데 왜 내 걱정을 해.
다 낫기 전까진 울지 않겠다고 혼자 다짐했다.
나는 오늘도 멋있었다.

'밑줄 굵게, 하이라이팅 처리까지.'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새를 못 참고 전화를 걸었다.
오늘따라 유독 타율이 좋으셨다. 꿀밤을 준비하고 싶을 정도로.
외줄 타기가 특기인 사람이다. 선을 아주 위태롭게 넘나들어.
놀려먹는 게 당신이 좋아하는 방식이고,
나를 웃기는 게 걱정을 덜어내는 방식이라면 응해드려야지.
숨이 차도록 웃어야지.

* 만 쥬 리 아


* 서산 휴게소에서 만난 강렬한 짭카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