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아닌 하나
가 될 수 있을까.
https://youtu.be/cl9_Nl2bbgA
오랫동안 부정하던 주제였다.
타인과 아주 깊은 감정을 나누기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진중한 관계는 피로할 뿐이라며 피하기에 바빴으며,
둘이 아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언제나 배제했다.
가족을 꾸린다는 건 실로 재미없는 말이었다.
얽매이는 것도 싫었고, 원하지 않아도 책임을 지는 게 싫었고,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여 멀리하기 일쑤였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소리엔 싱겁게 웃어넘겼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지고
평생을 약속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러니까요.
그가 뱉은 말에 나는 정말, 정말, 정말 무서워지고 말았다.
혼란이 양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나를 쥐고 흔들었다. 달랑달랑.
타임. 정정할 필요가 있다.
잡고 있던 손에 그냥 내가 흔들려버렸다.
어떻게 봐도 능동이었던, 아, 지금이라도 그만 쓸까.
(아니근데 내 손바닥에도 지낼 곳은 마련해 뒀는데 입주는 언제?)
네네, 그러니까 처음이 언제였냐면요.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없어진 순간
상대에 대한 마음 또한 없어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에 대해 그의 생각이 궁금해 물어본 순간이었고.
참 심플했고 복기해 보자면 그 다운 대답이었다.
더 궁금한 게 없어지면 결혼해야지, 뭐.
대답을 듣고 한참을 곱씹었다.
며칠이고 생각했고, 여전히 가끔씩 떠오를 정도니까.
차가운 슬러시를 단숨에 마셨을 때처럼 머리가 띵했다.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난 순간처럼 핑 돌고 말았다.
허탈했고, 신기했고, 놀라웠고, 당황했으며
무엇보다 설렜다. 귓가에서 맴돌았다.
맴돌 때마다 화끈거려 고개를 내젓는 나를 보니....
단단히도 감겼구나 싶었다.
어쩌면 나도 둘이 아닌 하나가 될 수도 있겠구나.
저 사람이 내 보호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당신일 수도 있겠구나.
불확실하고 영원하지 않을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구나.
매일 고민하던 배달 음식에서 반찬 걱정을 할 수도 있겠구나.
처음으로 거부감이 없었다. 이건 여전히 놀랍다.
한 번 심장이 쿵 떨어지고 나니 다음은 더, 뭐, 음, 그랬다.
장난식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몰래 숨을 참게 된다.
그리하여
그리고자 하는 모든 미래에 당신을 고려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