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적이

7월 말에 덧붙인 8월 초의 생각들

2Sail 2022. 8. 9. 03:09

연애란 뭘까. 연애를 넘어서 사랑이란 대체 뭘까.
궁극적으로 정의해 보자. 아니, 벌써 틀려먹었다. 그게 과연 되는가.
단 한 가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를 진작 포기하고 나열해 보려 한다.
내가 느끼고 있던 것들을 당신도 느낄까 반, 
나는 이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며 보여주려는 것 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일단 본인은 그렇다.
겉으론 멀쩡한데 속은 한없이 좁아지는 거다.
마음이 고무줄도 아닌데 늘어났다 줄어났다가 제멋대로 군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네 것 같은 내.... 네? 뇌절 금지? 오케이.
친절한 게 좋지만 친절한 게 싫어질 수도 있다.
눈치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 사람 앞에 서면 작아지기도 한다.
 
다 큰 성인에게 걱정이 늘어난다.
어련히 잘하겠지만 굳이 사서 걱정을 하게 된다.
심지어 나보다 잘 드시고, 맛의 기준이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끼 안 먹는다고, 하루 굶는다고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 건 안다.
그래도 잘 챙겨 먹길 바란다.
삼시 세끼에 간식까지 챙겨 먹는 건 현대인에게 과한 영양 공급임을 안다.
그래도 그러길 바란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고, 잠도 많고, 꿈도 없이 주무시지만
그래도 날마다 잘 자길 바란다.
 
필자 또한 자타공인 잠이 많지만 꿈자리가 사나울 때가 잦다. 
오래 자도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가 깨면 그렇게 피곤하니까! 잘 자자.
 
혼자 있는 시간이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만, 혼자이게 두고 싶진 않다.
스트레스받을 때 해결까진 못 해 줘도 머리 박고 있을 어깨는 내어주고 싶으니까.
 
나는 줄곧 양가적인 감정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피동인 듯 표현하나, 알고 보면 능동일 수도 있다는 게 웃기다.
빨려들어가긴커녕내발로저벅저벅.
미로를 헤매는 것 같다가도, 단 하나의 목적지만 보이는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신경 쓰이다가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당신과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우리가 쌓이길 바라면서도, 시간이 멎길 바란다.
 
이제 천둥번개가 치면 당신이 생각난다.
눈앞에서 번쩍이던 번개를 보고 놀란 순간에
당신 옷깃을 잡으니 마음이 가라앉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해 가끔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걸어 다녔던 때가 있었다.
그새 과거형이 됐다. 아마 전에 먹던 염통 꼬치랑 같이 삼킨 듯하다.
우리 애 감기 들라. 절대 안 되지. 심지어 비 오는 거 싫어해, 안 돼.
 
요새 또 들었던 생각이 있다.
믿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믿게 된다.
결론은 당신이라 다행이라는 거다.
그 믿음이 사 뭐, 그 있잖아 를 또 키워낸다.
할 말 다 해 놓고 이제 와서 발 빼는 게 나름 어이없다.
다 쓰고 나서 보니 민망한 걸 어떡하나. 활자 안으로 고개 박고 숨어야지.
 
오늘의 마무리 음악. 필자는 음악에선 노재팬을 선호하지만 와사비 호텔은 코리안이다.
여름밤에 나른하게 듣기 좋아 골라보았음.
 
추신. 이 새끼 이거 지 애인 보고 싶다는 말을 길게도 하네, 라고 느끼셨다면
 
 
        .... 맞을지도. 
 
https://www.youtube.com/watch?v=8VsqVRajBz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