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적이

요즈음의 우리

2Sail 2024. 7. 20. 16:28

https://youtu.be/RkAm-_-3MCI?si=g_WBFpDKBQ4cPJ5p

 

오피스텔로 이사한 뒤 우리는 집 밖을 나서지 않게 됐다.

둘만의 공간에서, 단둘이서 있다. 이 문장까지는 이전과 같다.

 

집에 들어오면 그이나 나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둘이서 게임을 하고, 각자 할 일을 하고, 함께 저녁을 먹는다.

가끔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온다.

얇은 이불과 담요를 펼쳐두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낮잠을 잘 때도 있고, 해가 지고 잘 때도 있다.

하루 중 몇 번씩은 운동을 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봐준다.

새벽이 되면 라면을 끓이거나, 계란을 삶아 먹거나, 과자를 먹을 때도 있다.

 

그이보다 먼저 오거나, 그이가 일을 나갈 때는 간단히 청소도 해둔다.

환기를 시키고, 먼지를 걷어내고, 쓰레기를 모으고, 빨래도 한다.

 

비가 내릴 때면 창밖에 맺히는 빗방울들이 예뻐 한참을 보곤 한다.

빗소리와, 당신의 목소리,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에 편히 숨을 쉬게 된다.

 

우리는 이 공간 안에서 철저히 우리가 된다. 

매일매일이 여행 같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은 정말 꿈처럼 느껴진다.

그이가 내게 써 준 편지를 보면서 현실임을 깨닫고 웃는다.

 

당신이 좋아,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