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졸업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졸업식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이가 상을 받게 돼 참석하게 됐다.
일찍 도착해서 옷도 입고, 띠도 두르고, 모자도 썼다. 어찌나 듬직하고 멋있어 보이던지. 뒷모습마저 잘생겨서 어디서든지 그를 알아볼 수 있겠더라.
같이 사진도 찍었다. 많이 찍었다. 우리가 지내온 날들 중 가장 많이 사진을 찍은 날이었다. 기사님이 마주 보는 포즈를 잡아주셨다. 스냅샷이라도 찍는 것 같아서 설렜다.
그이 얼굴을 보니 자꾸만 웃음이 나 혼났다. 혼자 찍는 사진에서는 잘 못 웃고 있으니까 뒤에서 웃겨주셨다. 참 한결같은 사람. 당신만 보면 활짝 웃게 된다. 안 예뻐서 글치...
우리의 관계도 업그레이드 됐다.
cc 끝. 이제 1장 끝, 2장 시작이다.
복도랑 주차장에서 손도 잡고 다녔다.
그냥 해보고 싶던 로망이었던 어쩌고. ㅋㅋ
다들 보십쇼. 요 남자가 예? 제, 예? 으이?
졸업식은 아주 정신이 없었고,
그이 상 받을 때 빼고는 지루했고,
마지막엔 지쳤으나 그이가 있었기에 재미있었다.
후련했다. 남은 아쉬움은 두고 이 사람 손 잡고 떠나련다. 나름 고마웠다. 덕분에 그이도 만났다. 잘 살았다. 집처럼 다녔는데 말이다. 우리의 첫 번째 집이었던가.
다시 있던 자리에 돌아오니 그이가 그랬다.
집에 왔다~ 너무너무너무정말정말정말 귀여워.
둘 다 지쳐서 좀 쉬다가, 쉬었다. 처갓집 간장 치킨에 공공의 적 강철중을 봤다 졸업식도 했으니 야식은 중식에 체르노빌 전편을 풀로 땡겼다. 잔인한 장면에선 늘 그이가 눈을 가려줬다. 항상 고마운 사람.
체르노빌은 보다가 울었다. 아주 조금.
피폭된 소방대원의 아내가 결국 남편을 찾아가 끌어안는 장면부터 코가 시큰했다. 어떻게.... 어떻게 안지 않을 수가 있겠나. 나라도 그랬을 거다. 당신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던지 나는 당신한테 갈 거야!! 닿고 말 거야!!
탱크에 물을 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원받는 장면이 있었다. 그이에게 말했다. 만일 저런 상황이 닥쳤고, 내가 그걸 해결할 능력이 있다면 당신의 안위를 보장받고 목숨을 걸 거라고. 어느 대사처럼 당신을 위해 죽겠다, 보다 당신을 위해 사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부재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계속, 계~속, 계에속 안아달라고 했다. 가득 끌어안기고 쓰다듬을 받았다. 진작 버릇 들어버렸다.
이래서 오냐오냐 하면 버릇 나빠진다니까....
아니, 아니, 더 해. 더. 더....
여전히 ~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