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적이
언제 어디서나 로맨스
2Sail
2023. 10. 13. 00:07
https://youtu.be/V7FJw5U57cE?si=5BOMb66i0RI5rBwT
그와 헤어지고 잠들기 전 그의 이름을 곱씹을 때가 있다.
한 음절이 소중해 작게 속삭이곤 한다.
세상에, 이름마저 애틋할 수가 있다니.
자음과 모음 한 글자까지 소중할 수가 있다니.
언제 어디서나 당신은 나의 로맨스.
고난과 역경은 당신을 더 밝혀주기만 한다.
힘든 일은 극적인 로맨스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니까.
기대 없이 올려다본 새까만 하늘 속 무수한 별들.
콘크리트 더미 위로 고개를 내민 네잎클로버.
사막 위에 피어난 마지막 장미 한 송이.
여우비 사이에 솟아오른 무지개.
상공에서 본 불꽃놀이 피날레.
기막힌 우연과 엄청난 행운도 당신의 다른 이름이겠지.
대단한 나의 행운, 사랑스러운 나의 놀라움.
그냥, 그냥, 그냥.... 사랑해서 사랑해.
조건이나 이유 없이 행하는 게 사랑인가 싶었다.
그건 또 아니더라.
사랑한다는 말의 앞과 뒤에 붙이고 싶은 문장이 한가득이라.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지.
이제부터 사랑의 정의가 당신인 거야.
정의가 된 기분이 어때! 라고 물어보고 싶다.
말을 고르고 골라도 당장 말하고 싶은 건,
그저 사랑한다는 흔하고 무거운 진심.
지금 당신에게 전하지 않으면 기침이라도 날 것 같아서.
빨리 얘기하지 않으면 혀가 녹아버릴지도 몰라서.
사랑해, 이 말이 어찌나 가볍고도 무거운지.
아무리 말을 전해도 내 마음을 덜어낸 티가 나지 않고.
인력보단 가벼울까 싶었지만 당신 옆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